아가서의 숲을 걷다 ― 나의 나드가 향기를 내다
아가 1장 12절
아가서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이 쓰여 있는지 알게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이 책을 마주하는 나 자신의 자세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도 사랑을 안다.
그러나 사랑을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말을 찾아보고, 인칭을 따라가고, 주어를 확인한다.
그래도 모르는 것이 있다.
그 모름을 설명으로 메우려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사랑을 설명하지 않는다기보다,
사랑을 안 것으로 하지 않는다.
그 자세로 오늘은 1장 12절을 읽는다.
빔시보 בִּמְסִבּוֹ 그(그의) 자리에 | 셰함멜레크 שֶׁהַמֶּלֶךְ ~하는 · 관사 · 왕 | 아드 עַד־ ~하는 동안 |
레호 רֵיחוֹ׃ 그(그것의) 향기 | 나탄 נָתַן 주었다 | 니르디 נִרְדִּי 나의 나드 |
왕이 그 자리에 있는 동안,
나의 나드는 그 향기를 내었다.
〈히브리어 본문에서 옮긴 사역〉
“그 자리”로 옮긴 말은 잔칫자리로도, 기대어 눕는 자리로도 이해된다. 어떤 자리인지, 세부는 아직 정하지 않고 읽는다.
여기에는 “왕”이 있다.
1장 4절에도 왕이 등장했다.
그때는
“왕이 나를 그 방으로 데려갔다.”
여기서는
“왕이 그 자리에 있는 동안.”
그 뒤에 “나의 나드”가 이어진다.
니르디 נִרְדִּי 나의 나드 |
낱말 끝에 “나의”를 나타내는 형태가 붙어 있다.
이 “나”는 자신이 가진 나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어지는 말은,
레호 רֵיחוֹ 그(그것의) 향기 | 나탄 נָתַן 주었다 |
그 향기를 내었다.
“내었다”로 옮긴 동사는 기본적으로 “주다”라는 뜻을 가진다.
말을 그대로 늘어놓으면,
“나의 나드가 그 향기를 주었다.”
동사의 주어는 “나의 나드”.
“내가 향기를 내었다”가 아니다.
나의 나드가 그 향기를 내었다.
여기서 3절의 말씀을 떠올린다.
거기에는
“당신의 향기름”
“당신의 이름”이 있었다.
12절에서는
“나의 나드”.
“당신의”에서 “나의”로.
향기와 관련된 말이 이번에는 “나”의 것으로 나타나 있다.
다만 그것을 “상대의 사랑에 응답했다”고 설명하는 것은 여기서부터의 해석이 된다.
이 절에는 나드를 부었다는 동작이 기록되어 있지 않다.
왕이 그 향기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도 기록되어 있지 않다.
쓰여 있는 것은,
왕이 그 자리에 있는 동안,
나의 나드가 그 향기를 내었다는 것.
“왕”과 “나의 나드”.
이 짧은 한 절 안에 놓인 두 가지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
곧바로 의미를 정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오늘은 정하지 않고 읽어 본다.
왕이 있다.
나의 나드가 향기를 낸다.
먼저 이 말씀을 읽은 자리에 서 본다.
사랑을 안 것으로 하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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